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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건축 이야기 [Urban & Architecture ]

세종시 이전은 한국의 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 오래전 세종시 관련 썻던글을 바탕으로 이데일리에 기고문 형식으로 작성했던 초고 내용. 신문에는 분량때문에 대폭 조정.

< 청와대, 용산, 그리고…이데일리 _ 수정 2025-02-18 >

2025년의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정치, 경제, 인구구조, 도시공간, 국제질서 등 모든 분야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처럼 복합적 전환이 필요한 시기에 대통령 집무실을 어디에 두어야 하느냐는 문제는 단순한 위치 선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운영 시스템과 그 상징 구조를 재설계하는 일과 직결된다. 최근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의 주장이나 시민단체의 요구가 아니라, 국가의 행정 효율성과 공간 구조의 합리성, 미래지향적 도시 운영 원칙에 기반한 정당한 제안이다.

세종시는 애초부터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설계되었고, 상당수의 중앙행정기관이 이미 이전해 있다. 그런데 대통령 집무실이 서울에 머물러 있어 국가 행정 시스템이 비효율적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원화 구조는 단순한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국정 조율의 속도와 일관성, 위기 대응의 체계성을 약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대통령의 집무 공간이 국정 운영의 실질적 중심지와 분리되어 있다는 것은, 기업으로 치면 CEO의 사무실이 생산본부와 떨어져 있는 비효율적인 조직 구조에 해당한다.

현재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서울 용산의 대통령실은 군사시설을 임시 개조한 공간으로, 협소하고 공간 구조가 비서실·경호·기록물 보존 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과 보안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외교 공간으로서도 상징성이 부족하며, 국제적 회의나 외빈 접견 장소로 기능하기에는 건축적 품격이 뒤처진다. 유럽이나 선진국들이 대통령궁 혹은 총리관저를 국가의 얼굴로서 설계하는 데 반해, 대한민국은 이처럼 임시적이고 제한된 공간을 최고 통치자의 집무 공간으로 쓰고 있는 실정이다.

청와대는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개방 이후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청와대는 이미 보안 시설로서 기능을 상실했으며, 역사적 공간의 재해석이나 상징성 회복 없이 표면적인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다. 과거의 권위 공간이 비어 있는 상태로 방치되고, 현재의 집무 공간은 협소하고 기능이 미흡하다면, 지금은 새로운 국가 상징 공간을 창조할 기회이자, 공간을 통해 국가의 미래상을 재설계할 시점이다.

세종시는 그러한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약 465㎢의 도시 면적 중 20%만이 개발된 상태이며,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 부지와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치를 위한 인접부지도 확보된 상태다. 공간적으로 확장 가능성이 크고, 중저밀도 도시 구조를 바탕으로 보안성과 기능성, 상징성을 모두 설계할 수 있다. 건축적으로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새로운 국가 상징 건축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회이며, 한국적 건축미와 최첨단 보안 기술, 지속가능한 친환경 요소를 통합한 공공건축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수상관저는 고층 민간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어 지속적인 보안 문제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국 인근 건물의 창문을 없애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반면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국가기관이 입지한 도시로서, 도심 전체가 중저층 중심으로 계획되어 있어 외교와 보안, 시민의 일상생활이 충돌 없이 공존한다. 세종시의 잔여부지는 계획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국제적 도시 설계 원칙을 반영할 수 있는 유일한 도시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대통령실 이전은 단순한 공공 건축 비용 이상의 효과를 낳는다. 먼저 직접적인 건설 투자와 고용 창출 효과가 있다. 대통령 집무실, 관저, 외교단 건물, 보조 행정시설, 그리고 각종 부속기관 건축은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와 더불어 지역 건설사, 설계사, 엔지니어, 기술 인력의 고용을 유도한다. 특히 중저층 중심의 건축 개발은 중견 기업, 지역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해 고밀도 대단지 개발보다 더 넓은 경제적 낙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 나아가 대통령실 완전 이전은 서울의 도시 전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은 정치와 행정 기능을 세종에 넘기고, 경제와 문화, 금융 중심지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용산은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 언론매체, 외국계 금융기관이 들어서는 자유경제구역 또는 엔터프라이즈 존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는 도쿄의 마루노우치, 런던의 도크랜드,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처럼 ‘포스트 수도 중심지’ 모델로서 서울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2025년 대한민국은 경제 저성장과 인구절벽, 수도권 과밀과 지역 불균형, 보수적 도시 구조와 정책 일관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가운데 대통령 집무실을 단지 물리적으로 이전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구조 전체를 재조정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지금의 위기를 반전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의 공간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게 국가의 철학과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다. 그 공간이 비좁고 기능이 불충분하며, 상징성조차 미약하다면, 그 자체가 국가의 메시지를 왜곡하게 된다.

이제는 우리가 어떤 국가를 만들고 싶은가, 어떤 공간을 통해 그것을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통령실의 세종시 이전은 건축과 도시, 경제와 행정, 외교와 문화의 모든 접점에서 ‘새로운 국가 운영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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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가 파생된 글들...

세종시로 대통령실이 완전 이전될 경우, 그에 따른 서울과 세종 양 도시의 발전 전략은 단순한 공간 이동 이상의 구조적 변화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서울시(특히 용산)의 도시 전략 수립

대통령실의 이전으로 인해 서울은 정치·행정 중심지의 기능을 일부 이양하게 되지만, 동시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문화·국제도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

  • 자유경제구역(Enterprise Zone) 지정: 용산 일대를 중심으로 한 자유경제구역 지정은 외국계 기업과 글로벌 금융기관 유치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런던 도크랜드(Docklands)가 대표적이다. 해당 지역은 금융 중심지인 '카나리 워프'로 재탄생하며 1981~2011년 사이 약 9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부동산 가치가 약 300% 이상 상승했다.
  • 수변공간 확장과 도시재생: 한강변을 따라 문화·상업·레저 기능이 복합된 공간으로 개발. 뉴욕 허드슨야드(Hudson Yards)는 폐기물 철도창고였던 부지를 민간개발과 공공인프라가 결합된 도시재생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다. 고급 오피스빌딩, 주거단지, 공공공간이 혼합된 이 프로젝트는 2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이뤄졌고 연간 5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있다.
  • 고도제한 완화: 기존 청와대, 국방부 및 군 시설 등으로 인한 고도 제한 완화 가능. 이는 서울 중심부 고밀도 개발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며, 파리 라데팡스(La Défense)처럼 도심 외곽을 고층 업무지구로 활성화한 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
    • ● 세종시의 외교도시화 및 저층 전원도시 조성
  • 대사관·외교시설의 이전: 주요 국가의 대사관, 무역대표부, 국제기구 대표사무소 등이 순차적으로 세종시로 이전될 경우, 세종시 주변 지역은 국제 외교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학교, 외교관 주거단지, 문화교류센터, 국제언론센터 등 배후시설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 저층 중심 전원형 국제도시 모델: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대표적인 저밀도 행정도시이자 외교도시다. 외교지구는 도심에서 분리되어 녹지와 함께 배치되며, 시민 일상과 외교 공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한다. 세종시 남부 혹은 북부 미개발 지역을 유사한 방식으로 계획하면, 전원도시적 품격과 보안이 동시에 확보된다.
  • 도시구조 시뮬레이션: 인구 약 50만 기준, 국제외교시설과 관련 산업(교육, 문화, 관광 등)이 전체 경제활동의 안정적 상승 곡선을 기대할 수 있다.
    • ● 경제 시뮬레이션과 복합 산업 활성화
  • 건설 및 부동산: 대통령 집무실, 외빈 접견 시설, 국제회의장, 외교지구 등 고부가가치 공공 건축물 중심의 개발이 약 3~5조 원 규모의 직접 투자 유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관련 산업(설계, 엔지니어링, 자재, 시공 등)으로의 파급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 관광 및 문화산업: 대통령실을 포함한 주요 건축물은 현대 한국 건축과 공공디자인의 상징이 되며, 외국 관광객 유입 및 국제회의 유치가 가능하다. 이는 연간 100만 명 이상 관광객 유입 효과, 관련 소비 약 4천억 원 이상 발생 가능성을 가진다.
  • 외국기관 유치 효과: 외교기관 외에도 UN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국제환경기구(UNEP) 등의 분산사무소 유치를 전략적으로 추진 가능. 국제기구의 지역본부 유치는 해당 지역의 국제 위상 강화와 더불어 다국적 인력의 정주 기반 마련에 기여하며, 고용·교육·주택 등 다방면의 경제 지표 확대가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실의 세종시 완전 이전은 단순한 상징적 공간 이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도 기능을 정치·행정 중심과 경제·문화 중심으로 이원화하고, 각각의 도시가 특화된 발전 전략을 통해 글로벌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구조적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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