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알다시피 2000년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인구는 급속히 정체되기 시작했다. 출생률의 사상 유래 없는 감소가 시작되면서 뚜렷해 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은 인구가 더욱 늘어났다. 전체가 늘어나지 않는데, 서울과 수도권의 인구 증가는 결국 제로섬 게임의 빈자리를 극대화 하고 있다.
스페이스 마케팅 시각에서 보면, 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고객의 쏠림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수도권과 서울이 과밀해 지면서, 한편으로는 지방에 빈 공간이 늘어나게 된다. 경제 활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단위 공간의 경우는? 이들 공간 역시 채워지는 곳과 비어가는 곳이 나타난다. 비어가는 곳은 자연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도시에서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해법은 없을까? 시장을 확장하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되며 해결할 수가 있지만, 인구 감소와 지리적 한계는 시장 확장을 쉽게 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방법이 무엇일까? 인구를 증가시킨다? 쉽지 않다. 내부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외부의 고객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외부 수요를 찾아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다. 상품이 아닌 도시의 경우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도시의 고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서야 할 것이다. 그 방법은 과연 무엇인가? 이 책에서 수없이 언급하는 수많은 공간의 전략들이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면서 중심 도시이다. 그리고 지난 50년의 시간동안 쉴 새 없이 만들어지고, 수시로 세워진 마스터플랜은 거칠게 다뤄지면서 파괴되고, 또다시 만들어 졌다. 구글을 통해본 서울 풍경은 그야 말로 천태만상이다. 기계적 격자패턴은 방향 없이 여기 저기 군집을 이루고, 미세하게 나누어진 바둑판 주택가는 흩어져 있다. 미처 행정당국이 손 쓸 틈 없이 만들어진 자연발생적인 군락들도 구릉지며 평지며 뿌려져 있다.
체계적인 계획에 의한 서울도 있어, 인보구, 근린분구, 근린주구 등 도시 계획적 단어들은 서울 곳곳에 표현되었다. 우리의 아파트들은 자연스럽게 근린주구 형태를 취하며 구성되었다.
잠실을 비롯한 신도시지역들에 나타나는 근린주구 형태의 아파트 단지들은 엄청난 속도로 노후화 되면서 변화를 기다렸고, 자본의 논리로 재탄생했다. 도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들은 재테크의 주요수단으로 자리하면서 사람들은 아파트라는 건축 형식으로 의견 단일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자산증가의 중요수단이 되어버린 아파트는 이젠 통제 불가능한 듯 보인다. 진행 되는 속도들을 보면 점점 아파트 주거 단지들은 커지고 있고, 상품화 되고 있다. 도시의 풍경을 만들어 내던 다양한 작은 세포들은 사라지고 있다.
이 책에서 “소필지설계공탁제”를 제안한 것은 작은 단위(Cell)의 재생을 통해 도시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를 확보하기 위한 아이디어이다. 서울의 노후화된 작은 단위 주택들은 가용성이나 활용도가 제한적이어서 개별적인 재생의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함으로써 개인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작게 재생된 것들은 신도시들에 계획되고 있는 “근린상가주택”으로, 찰스 황태자의 <파운드베리 Poundsbury>에 적용한 직주근접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주차로 인한 공간 잠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처럼, 주차장을 억제해서, 가로 경관을 만들어냄으로써 서울의 주거 경관을 확보한다. 도시의 매력적인 골목길은 삶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보행의 무대로 각광 받고 있고, 오늘의 사람들에게 흥미로운 공간이 된다.
작은 단위들의 재생은 개인들의 참여가 가능한 재정적 범위에서 이루어진다. 이로써 재개발에서 소외되고, 무시되어지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닐까? 낡고 오래된 것들의 새로운 활용 또한 서울이 주목해야할 방법들이다. 홍콩의 경우처럼 낡고 보잘것없는 곳들이 개별적 디자인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현장들은 서울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지 접근의 개선밖에 행정당국이 한 것이 없음에도 변화는 이루어 진 것이다. 이는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장점의 재발견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도시들, 서울은 이를 주목해야 한다. 거칠 것 없이 밀어 버리고, 새롭게 계획하는 것은 편리하고, 손쉬워 보이지만 축적의 시간을 제거하는 문제를 만들어 낸다. 시간의 축적으로써 건축을 유지하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 그 도시의 정체성으로 나타나 중요한 차별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서울이 고향이 아닌 이방인들은 서울만의 색깔과 냄새, 기운에 매력을 느낀다. 그것이 과연 뉴욕이나, 런던, 홍콩이나 동경에서 만나는 것들과 동일한 것들일까? 그렇지 않다. 살아있는 역사인 셈이다.
거대한 재개발은 사실 손쉽다. 선명히 드러나고, 매력적인 선언이 된다. 크고, 높고, 넓고 그리고 고급스러워 보이고 ......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에 대한 설명은 교과서 적이다. 규모가 커지고, 높아지고, 넓어지고, 고급스러워 진다는 것은 그만큼 투입자본이 커지는 것이며, 유지비용이 증가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곳곳에서 발표되는 거대한 계획들 (Mega Project)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그림처럼 멋진 수많은 모습들 속에 과연 누가 그곳을 가동할 지 궁금해진다. 전체 인구가 정체된 상태에서 벌어지는 서울 집중화가 다른 지역의 쇄약 함을 가속화 시키듯, 서울이라는 도시 시장이 제한된 상태에서 특정한 건축유형만 증가하는 것은 또 다른 제로섬 게임이 아닌지 의문시 된다.
스페이스 마케팅을 도시에 접목할 때 기본 인식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존속’을 위한 것이다. 서울의 소비자를 확장하기 위한 방법은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함에도, 비교적 단순한 처방으로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피터 드러커의 5가지 질문을 적용하며 다시 떠올려 보면,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 우리가 하려는 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만들어 내는 결과의 혜택과 성과, 그리고 역사적 사명은 어떤 것들인지?
그리고, 어떻게 핵심을 확장할 것인지?
서울은 분명 끊임없이 리모델링 되고, 재생되고, 탄생할 것이다. 하지만, 매번 백지로 만들어서 새롭게 만들어 내는 전략은 의미가 깊지도, 성공적이지도 않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 하면서, 가지지 못한 단점을 극복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이다. 단순히 선언적 시설이 아닌 행위가 담긴 서울의 공간 리모델링은 섬세할 필요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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