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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건축 이야기 [Urban & Architecture ]

서울은 왜 강남만을 키웠는가: 초양극화의 도시에서 15분 도시로

 

서울의 부동산 가격은 오랜 기간 시장 수요보다는 국가와 서울시의 정책에 의해 좌우되어 왔다. 특히 특정 지역에 집중된 정책적 지원이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고, 이러한 편중된 정책이 다시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을 정당화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이는 도시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 지역 간 발전의 비대칭성을 심화시켰으며, 결과적으로 서울 전체의 균형발전과 지속가능성에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영등포와 강남의 비교다. 영등포는 자연발생적 상권과 교통 기반을 중심으로 성장한 지역인 반면, 강남은 1970년대 이후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계획적 개입에 의해 개발된 대표적인 정책도시다. 종로와 중구는 역사적으로 행정·교육·상업 기능이 밀집된 중심지였으나, 명문고 이전,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남하, 대규모 택지개발의 비가역적 조치로 인해 중심지 기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었고, 이는 도시구조의 비대칭을 심화시켰다.

 

강남은 단순한 주거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교육, 의료, 업무, 문화, 교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서울시와 국가의 자원 집중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구조적 특징이 고착되었다. 교육-주거 연계구조, 업무지구의 확대, 교통 인프라 우선 투자, 사회적 자본 집중 등이 강남 중심의 도시구조를 굳건히 했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정책이 공간을 구성하고, 공간이 다시 정책을 요구하는 순환구조로 이어지며 비가역적 집중화로 고착되었다.

 

서울의 전통적 중심지인 종로와 중구는 행정, 교육, 금융, 문화 기능이 복합된 도시의 핵심축이었다. 그러나 명문 고등학교의 강남 이전, 공공기관 본사의 남하, 노후화에 따른 규제 병행 등으로 인해 민간 주도의 개발이 제한되었고, 상권의 자생적 재생도 어려웠다. 이는 단순한 쇠퇴가 아니라, 정책적 결정이 만들어낸 중심성 붕괴 현상이다.

초고가 주택 시장은 강남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었으며, 이는 사회적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주거 불평등의 구조화, 투기적 수요의 집중, 타 지역의 침체로 이어지며 도시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 내부의 과도한 집중은 정책적 개입 없이는 해소되기 어렵다.

 

강남 집중을 완화하고 서울의 공간 구조를 다핵화하기 위한 전략은 ‘공공기관 이전’이나 ‘명문고 이전’처럼 인위적인 방식이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과 자본이 작동할 수 있도록 규제를 혁신하고 지역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 도심 고도제한 완화, 복합용도 개발 확대, 행정절차 간소화와 같은 규제개혁이 핵심이며, 지역 기반 스타트업 허브 조성, 민간 중심의 도시재생, 콘텐츠 산업 활성화와 같은 민간주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컴팩트 시티'와 '15분 도시'라는 전략적 개념은 현실 공간 속에서 구체적 실행력을 가져야 한다. 컴팩트 시티는 주거, 업무, 교육, 복지, 문화, 여가 기능이 보행이나 대중교통으로 30분 이내에 접근 가능한 구조를 갖춘 도시 형태를 의미한다. 이 구조는 교통체증을 줄이고,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며, 생활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서울의 현실에서, 이동성을 낮춘 도심 밀착형 생활 구조는 필수적이다. 컴팩트 시티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고밀도의 주거복합지 개발, 보행친화적 환경 조성, 다기능 복합건축물의 확산, 지역 기반의 상업 및 공공서비스 인프라 배치가 필수적이다.

 

'15분 도시' 개념은 이보다 한 단계 더 일상 밀착형으로, 일상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능—예를 들어, 유치원 및 초등학교, 소형병원 및 약국, 슈퍼마켓 및 생활편의시설, 도서관 및 공공복지시설 등—이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구역 단위가 아니라 생활권 단위로 정책을 재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다양한 소득계층과 세대가 혼합된 주거지 계획, 근린상권 보호 정책, 골목 기반 자영업 육성, 공공 공유공간 확보 정책 등 복합적 전략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15분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실제 서비스의 품질과 다양성 또한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커뮤니티 중심의 자율계획 및 참여형 도시 운영이 병행되어야 한다.

서울시의 역할은 이제 공공이 중심이 되어 구획하고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라, 민간과 시민사회가 자율적으로 구성해가는 공간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역할로 전환되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선계획-후투자’ 방식에서 수요자 중심의 ‘선투자-후조정’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며, 지방정부와 주민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서울은 더 이상 강남 중심의 도시일 수 없다. 지역 간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이전이나 획일적 개발이 아니라, 지역 고유의 자생력을 회복하고, 민간의 역동성을 보장하는 방향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종로와 중구는 다시 도시의 중심으로 복귀해야 하며, 그 방식은 '복원'이 아닌 '재창조'여야 한다. 동시에 동북권, 서남권 등 정책 사각지대는 새로운 도시 거점으로 발돋움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의 미래는 '단일 핵심지'가 아닌 '다핵의 도시', '지시적 도시계획'이 아닌 '자율의 도시조직' 안에서 모색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서울시의 정책 철학이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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