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독특하게 생긴 마포구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마포구는 지리적, 도시공간적,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가장 이질적이며 독특한 성격을 가진 지역이다. 마포구는 단순히 행정구역으로서의 자치구가 아니라, 서울의 도시 구조 안에서 독립적인 도시전략이 필요한 복합적 도시군(city-region)이라 할 수 있다마포구의 공간구조, 기능적 다양성, 사회문화적 잠재력, 인프라 특성과 한계, 그리고 미래 도시전략적 가능성을 통합적으로 분석하여, 마포구가 지닌 독자적 도시적 정체성을 생각해 보았다.
마포구의 가장 두드러진 공간적 특징은 선형적 도시형태다. 한강을 따라 길게 뻗은 이 지역은 동쪽으로 용산과 마주하며, 서쪽으로는 경기도 고양시와 경계를 이룬다. 동서 방향으로 길게 분포한 도시구조는 자연스럽게 각 권역별로 이질적인 성격을 갖도록 했으며, 이로 인해 마포구는 하나의 자치구 안에 상이한 도시적 풍경과 기능, 계층과 연령대, 주거유형과 소비문화가 혼재하는 독특한 공간적 다층성을 띤다. 이러한 다층성과 이질성은 마포구가 단일한 정책으로 포괄되기보다는 구 전체를 수평적으로 나눈 권역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공덕과 아현, 염리 일대는 마포구의 동쪽 끝자락이자 용산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관문이다. 이 지역은 지하철 5호선, 6호선, 공항철도, 경의중앙선 등 서울시 교통의 요지 중 하나로,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탁월하다. 특히 공덕역은 광화문·종로로 연결되는 도심 접근 동선의 핵심이며, 동시에 공항철도를 통한 인천·김포공항의 첫 진입지라는 점에서 외부와 연결되는 국제적 관문의 성격을 갖는다. 공덕역 주변은 오피스 밀집지역이자 고밀도의 아파트 재건축 지역이기도 하며, 서울 도심 서측의 핵심 교통·업무지구로 변모 중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개발은 개별화 되어 지역의 장점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다환승 역세권은 목적지가 아닌 단순환승지로 되어 공간 체류보다는 오히려 복잡성만 가중한다. 교통과 연계되지 못하는 역세권 정책의 미흦함은 서울 전역의 현상이지만, 경직되고 단순한 층규제로 일관되어 개발되는 공덕역일대는 아쉬움이 크다.
그 중간에 위치한 신촌-서강대교 라인, 그리고 동교동·합정 일대는 서울에서 가장 역동적인 소비문화와 청년문화가 집적된 지역이다. 홍대라는 브랜드는 이미 도시의 특정 지명을 넘어 하나의 문화기호가 되었고, 젊은 창작자들과 소규모 상업자들이 밀집된 창조산업의 거점이다. 이 지역은 철저히 비계획적인 자생적 도시성에 의해 형성되었고, 재개발이나 대규모 도시계획보다는 점진적인 축적과 상호작용을 통해 독자적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다만 이런 현상은 상업화를 자극해서 젠트리피케이션 논란을 일으키는데, 지역의 규모를 보면 위협할 사안이 아니다. 오히려 이 지역에 맞는 새로운 공간 건축 정책이 필요하다. 가능하다면 광역적 범위의 홍대앞 (망원/서교/동교/상수/합정) 일대를 볼륨개념으로 비상업 지역은 10층정도의 일정 높이를 지정하고 용적율 거래 활성화 지역이나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해서 지역의 공간 개발을 유도함과 동시에 소규모 중소기업들이 혼재할 수 있는 직주일체형 도시를 만들 수 있다.이렇게 공간 공급을 늘려 마포구는 홍대 지역의 문화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정교한 도시문화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단순한 상업개발보다는 ‘문화 기반 경제지구’ 혹은 ‘청년 거주-창작 복합지구’로의 특화전략이 요구된다.
마포구 서측의 상암과 성산동 일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이 지역은 서울과 고양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 외곽지역으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같은 계획형 업무지구, 월드컵경기장과 하늘공원 같은 대규모 시설지구가 혼재한다. 특히 하늘공원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쓰레기매립지의 자연회복 사례이며, 도시 생태회복의 기념비적 상징이다. 그러나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하늘공원은 실생활과는 다소 유리된 장소로 기능하며,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상암 DMC는 첨단 미디어 기업 유치와 업무지구 개발이 주 목적이었지만, 현재는 기업 공실률 증가, 야간 유휴화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계획형 도시구획의 한계이자 단일기능 중심지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낸다. 향후 상암은 친환경 거주지와 업무지구, 문화적 여가공간이 혼재된 ‘복합 생태도시형 클러스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마포구가 지닌 또 하나의 특징은 건축유형의 다양성이다. 다른 강남권 자치구가 대부분 대단지 아파트로 구성된 것과 달리, 마포는 다세대·다가구·단독주택이 여전히 일정 비율 존재하며, 도시의 골목성과 비공식성이 상존한다. 이 같은 건축유형의 다양성은 마포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요소이며, 다양한 사회계층의 수용과 주거유형의 공존이라는 도시민주주의의 공간적 기반을 제공한다. 따라서 마포구는 서울시 전체에서 가장 이질적 도시조직을 갖고 있으며, 이러한 이질성이야말로 마포를 다층적 실험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이다.
교통 측면에서도 마포는 도로, 철도, 공항철도, 자전거 도로 등 다양한 교통망이 교차하는 지역이다. 특히 공항철도와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구간, 그리고 서울역과 광화문을 연결하는 핵심 축선으로서의 기능은 마포를 단순한 거주지역이나 문화지구가 아니라 ‘서울의 진입게이트’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역할은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향후 개성·평양으로 이어지는 철도망이 복원된다면, 마포는 경의선 축을 통해 북한과 연결되는 첫 서울지역이 되며, 통일 이후의 도시구상 속에서 전략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은 지금 당장은 잠재성에 불과하지만, 중장기적 도시전략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다.
마포구의 가장 큰 장점은 이질성과 다양성, 그리고 실험성과 문화성이 공존한다는 점이다. 이는 도시계획의 관점에서 보면 매우 유연한 전략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반면 가장 큰 약점은 구 전체를 하나의 전략으로 통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이질성과, 자생적 성장에 대한 행정적 이해와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현재 마포구의 도시전략은 동서 간 불균형, 권역별 단절, 도시문화 보존에 대한 정책 미비, 청년층의 주거 문제 등으로 인해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실질적 미래 도시 비전이 부재한 상태다.
따라서 마포구는 다음과 같은 도시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동서로 분할된 선형 도시구조를 따라 권역별 특화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공덕-아현은 도심 연결과 고밀도 복합개발, 동교-합정은 문화예술 창작 중심지, 상암은 생태 기반 업무·여가 복합도시로 기능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자생적 문화생태계를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도시문화보존지구’ 혹은 ‘창작거주지구’를 제도화해야 한다. 셋째, 도시공간 내 주거 다양성을 보장하는 정책을 통해, 다가구·다세대의 재생과 공공임대의 혼합지구 조성 등 도시민주주의 공간 실현이 필요하다. 넷째, 미래 남북관계와 연계된 도시전략(예: 경의선 국제회랑 도시계획)을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다섯째, 서울 도시전략 안에서 마포구를 독립적인 도시단위로 상정하고, 자체 정책 싱크탱크와 전략센터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마포구는 서울이라는 메가시티 안에 위치한 또 다른 도시이며, 이 도시는 실험성과 개방성, 자생성이라는 도시적 가치를 가장 충실히 체현하고 있는 드문 공간이다. 이 정체성을 잘 가꾸고 전략화하는 것이야말로 마포구를 서울의 변두리가 아닌 서울 도시전략의 전위로 만들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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